대법원 전경.
대법원 전경.

법조계 주요 이슈와 판결들을 쉽게 풀어드리는 서초동 언박싱 시간입니다. 법조 출입하는 배재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십니까? 

오늘 첫 번째 주제가 어떤 겁니까?

법률용어 상상적 경합이라는 용어입니다. 상상적 경합과 관련된 대법원 확정 판결이 최근에 나와서요.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경합이라는 말은 제가 들어봤는데 상상적 경합이요 좀 잘 못 들어본 얘기 같은데 무슨 뜻입니까?

네 이게 형법 제40조에 나오는 내용인데요.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가지 죄에 해당될 때 이를 상상적 경합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교통사고가 났다 그러면 차량이 부서지고 인명피해까지 발생하게 되면 이런 경우에 여기에 해당이 되고요. 무면허인데 음주운전까지 한 경우가 또 여기에 해당이 됩니다. 이럴 경우에 이제 여러 가지 죄 가운데 가장 무거운 죄만 처벌을 받게 되는 게 상상적 경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라고 소개해 달라고 하셨는데요. 법률사무소 정의 정지웅 변호사의 말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동으로 여러 범죄를 저지른 경우 예를 들어 돌을 던져 창문도 깨고 사람도 다치게 했다면 이는 손괴죄와 상해죄 두 가지 죄가 성립합니다. 형법은 이 중 가장 무거운 하나의 범죄에 대해서만 처벌을 하는데요. 이는 너무 가혹한 처벌을 막기 위함입니다.”

그러니까 여러 가지 죄를 짓는다 뭐 이런 뜻인데 오늘 살펴볼 상상적 경합과 관련된 사건은 어떤 겁니까?

사건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6년 동안 대전 지역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대전시 지방시설사무관이던 A 모 팀장이 이 기간 동안 모두 46차례에 걸쳐 대전지역 학교의 매점과 자판기 사용 수익권 입찰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참여해 낙찰을 받았습니다. 특히 노인복지법과 한부모 가족지원법에 근거해서 입주할 때 우선권을 주는 한부모 가족이나 65살 이상 어르신 같은 우선 허가 신청권자들에게 접근을 해서 차명을 요구했는데요. 이들에게 주민등록번호와 공인인증서 또 한부모 가족증명서나 기초생활수급증명서 같은 것을 넘겨받아서 전자입찰에 응모를 했고 그로 인해서 수고비나 급여를 줬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모두 20곳의 학교 매점과 자판기를 낙찰받았고요. 이래서 매출 규모 70억 원, 순이익 7,100만 원의 이익을 남겼는데 검찰이 이를 적발하고 A 팀장을 업무방해와 위계공무원 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긴 사건입니다.

죄질이 좀 안 좋아 보이는데요. 이 사건의 쟁점은 뭐고 판결은 어떻게 나왔습니까?

쟁점은 대전시청 A 팀장에게 적용되는 혐의의 개수 즉 상상적 경합 적용 여부였는데요. 애초에 검찰은 업무방해죄와 위계 공무원 집행방해죄로 재판에 넘겼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제 A 팀장의 변호인이 형량을 좀 줄여보려고 대뜸 입찰방해죄를 적용해야 한다 이렇게 주장을 한 겁니다. 그러자 이제 1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고요. 상상적 경합을 적용해서 입찰방해죄를 채택하게 되면 다른 죄는 성립하지 않아서 하나의 죄만 물어가지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공무원의 차명 낙찰은 입찰방해죄 말고도 업무방해죄나 위계 공무원 집행방해죄가 모두 적용된다 이렇게 보고 징역 2년에 추징금 약 4억 5,800만 원을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3부도 항소심 판단이 틀리지 않다고 보고 A 팀장의 항소를 기각했는데요. 다만 A 팀장이 초범이고 30년 넘게 공무원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또 범행으로 얻은 수익금 일부를 급여 형태로 이분들에게 주기도 해서 양형이 다소 깎였습니다.

조금 깎였네요. 상상적 경합 좀 생소한 용어인데 이해가 좀 된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언박싱 주제로 넘어가죠. 어떤 내용입니까?

CCTV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입니다. 다른 사람이 찍힌 CCTV를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유죄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는데요. 개인정보의 범위와 관련된 판결이어서 좀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그래요. 다른 사람이 찍힌 CCTV를 보는 게 뭔 죄인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저는 이제 잘 몰라서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어떤 사건인가요?

사건은 지난 2019년 2월 27일 저녁에 있었는데요. 강원도 양구군에 위치한 한 장례식장 CCTV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장례식장에서 현직 조합장이 도박을 하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돼서 파출소 순찰팀이 출동을 해서 도박 현장을 급습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다음 날 아침에 누가 이 신고를 했는지 확인하려고 이 모 강원도 전 도의원이 장례식장을 찾아가서 CCTV를 보여달라고 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도의원이 신고 행위가 담긴 영상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기도 해서 검찰이 개인정보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약식 기소한 사건입니다. 약식 기소라고 하면 혐의가 가벼운 경우에 검찰이 정식 공판 없이 벌금이나 과태료 등을 청구하는 절차라고 할 수 있죠.

이게 어떻게 됐을지 굉장히 궁금해요.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했습니까?

이 사건에 대해서 쟁점은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 범위였는데요. 우리가 사실 통상적으로 개인정보라고 하면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또 영상 같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로 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제 CCTV 영상 자체가 아니라 영상을 보기만 하는 행위도 관련법 위반인가 여부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 건데요. 여기서 잠시 개인정보보호법을 정리해 드리면, 권한 없이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 정보를 제공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거고요.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판결 내용을 보면 1심 재판부는 이 전 도의원에게 죄가 있다고 보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말씀하신 대로 단순히 열람하는 게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정의하는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행위로 볼 수 있는가?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없다고 보고 이제 2심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을 했습니다. 하지만 상고심인 대법원에서는 판결이 뒤집혔는데요. 대법원 재판부는 장례식장 직원이 CCTV 영상을 재생해서 이 전 의원에게 볼 수 있게 한 것 관련법상 개인정보를 제공한 행위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특히 CCTV 영상을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도박 신고자가 누구인지 또 어디에 있었는지 개인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거죠. 이에 따라서 재판을 맡은 대법원 2부는 이 전 도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으로 최근 돌려보냈습니다.

CCTV를 보기만 해도 처벌받을 수 있다 이런 뜻인데 파장이 좀 있어 보여요.

 

네 뭐 사실 요즘 TV뉴스에서도 길거리 영상 찍을 때 뭐 사람들 모은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습니까? 이게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인데, 이번 판결로 인해서 언론사의 사건 보도를 위한 주변 CCTV 영상 확보나 또 일반인 또는 사법당국의 영장 없는 CCTV 확인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법률사무소 선유래 김현옥 변호사의 말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행위자 특정이 가능한 CCTV 영상을 재생하여 타인에게 볼 수 있게 하고 이를 시청한 행위를 개인 정보를 제공받은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서 향후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인이 CCTV 영상을 보여주거나 그 시청을 요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서초동 언박싱, 배재수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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