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인류학자 오선민 BBS 인터뷰 "동화는 '통과의례' 치러야만 하는 인간 지혜 담겨"
"자기 편협함을 내려놓기를 바라는 인류의 소망이 동화에 남아"
"불교 설화 '자타카' 코끼리, 원숭이, 현자였던 부처님...모두가 무관하지 않다"
다음 달, 오선민 신간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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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민 동화인류학자
오선민 동화인류학자

BBS불교방송 시사 프로그램 '박준상의 시그니처타임'

진행 : 박준상 사회문화부 기자 
출연 : 오선민 동화인류학자
방송 : 9/6(토), 9/7(일) 저녁 6시 20분 BBS 라디오 '박준상의 시그니처타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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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상(이하 박) : 흔히 동화를 아이들이 읽는 책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맞죠.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여전히, 그 속에 가득찬 읽을거리들을 발견한다면 어떨까요? 보물을 발견한 기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인간의 마음과 몸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인 인류학, 그 인류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동화 속 세상을 전해주시는 분입니다. 동화 인류학자 오선민 선생님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선민(이하 오) : 안녕하세요. 오선민입니다.

박 : 우선 저희 시청자분들에게 소개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오 : 저는 옛날 이야기를 많이 읽고 수집하고 해석하는 동화인류학자 오선민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박 : 예 반갑습니다. 우선 동화 인류학이란 무엇인지 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오 : 동화인류학이라는 이름은 제가 같이 인류학 공부를 함께하는 친구들이랑 만든 이름인데요. 옛날 이야기들이 공통적으로 어느 나라 어느 시대 사람들이라도 좋아했던 오래된 옛날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을 해서. 동화를 좀 넓은 시점에서, 예를 들면 독일 동화 한국 동화, 일본 동화 이렇게보다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저런 이야기 그리고 저런 교훈을 좋아하지 않았을까라는 방식으로 생각을 이렇게 해보다가 만든 동화를 읽는 방법입니다.

박 : 지역별로, 또 작가별로 이렇게 나뉜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게 아니라, 동화 속에 있는 그 서사나 내러티브에 좀 집중을 해서 연구를 하시는군요.

오 : 처음에 동화 인류학이라는 그 단어와 그 말, 공부 방법을 생각하게 된 것은 그림형제 동화집을 읽으면서 였는데요. 그림형제 동화집을, 저희 아이들도 있고 주변에 친구 아이들도 있어서 같이 놀다가 아주 작은 존재들이 우글거리고 바글거리고 소란스럽게 논다는 것을 발견하고 아주 재미가 있었고요. 그 다음에 그림형제 동화는 조선 후기에 수집된 동화인데요. 그렇게 좀 먼 나라 얘기인데도 불구하고 또 우리나라 팥죽 할머니 이야기라든지 그리고 또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라든지. 멀리 있는 우리나라 동화와도 좀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을 해서. 작은 존재들의 이야기 그게 일단 아주 재미있었고요.

그 다음에 이 작은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야기하는 것이 동서고금에 아주 많이 퍼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서. 동화를 좀 크게 넓게 바라보면 지금 제가 가지는 생각과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할 것 없이 보편적으로 우리가 생각해 봐야 될 거리가 동화 안에 있다고 생각하게 돼서 동화 인류학이라고 과감하게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박 : 직접 붙이신 네이밍이군요. 그러면 아까 그림형제 이야기 말씀하셨는데 그림형제는 흔히 알기로는 헨젤과 그레텔 그런 동화를 만든 분들이 맞죠?

오 : 그림형제는 동화를 직접 쓰지는 않으셨는데요. 그 당시에 독일 여러 동네에서 옛날 이야기들이 뭐가 있을까 수집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 수집을 한 이야기들이 놀랍게도 조금 비슷한 시대의 덴마크에는 안데르센이라는 동화 작가도 있더라고요.

박 : 아, 인어공주?

오 : 네. 근데 안데르센은 직접 창작하신 거예요. 그림형제는 수집을 하신 건데요. 창작한 최근의 동화나 옛날부터 또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나눈 동화가 아주 비슷한 거죠. 그 인어공주라든지 백설공주라든지 공주가 많이 나온다든지. 그래서 그런 공통점? 그런 게 재밌다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박 : 그림형제는 수집했던 분들이고. 그리고 안데르센은 창작을 했던 분들이고. 그런데 그 안에 결코 다르지 않은 원천적인 소스들이 같다는 걸 발견하신 거군요?

오 : 네.

박 : 본격적으로 동화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동화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게 흔히 모험과 귀환, 또 선과 악, 인과응보, 이런 주제들인데 이런 것들이 인류학을 눈을 통해 보면 좀 다르게 느껴지나요?

오 : 아주 다르게 느껴진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인류학의 측면에선 왜 이렇게 비슷할까? 그 이유가 뭘까라고 생각을 해서. 처음에는 조사한 연구들을 보니까 야생에, 국가가 있기 이전에 많은 부족들이 '통과 의례'라는 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통과의례는 사춘기 직전의 소년이나 소녀들을 특별히 마을이나 집, 엄마 품에서 떼어놓고 숲에  보내는 거죠. 그래서 뭐 한 달이 됐든 두 달이 됐든 혼자 힘으로 살아돌아오면...

박 : 오. 동화의 이야기네요?

오 : 그렇죠. 그렇죠. 그래서 마을에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그 방식이, 동서고금의 아주 기본적으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 치르는 어떤 절차라는 걸 알게 돼서. 그 자체가 동화의 뿌리라고 생각이 들었고, 동화는 기본적으로 집에서 쫓겨나거나 나와서 혼자 모험을 하다가 다시 이렇게 왕국으로 돌아가는 얘기니까. 이야기 자체가 실은 삶의 형식이었다는 걸 알게 돼서, 이제 본격적으로 그러면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통과 의례를 치르고 왜 치르고 그런 지혜나 고민이 동화에 다 담겨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박 : 그러니까 아까 말씀드린 '헨젤과 그레텔'도 보면, 숲에서 남매가 길을 잃고 과자집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있고. 그리고 제가 지금 딱 생각나는 게 이 '빨간 망토' 같은 이야기도 숲을 떠돌다가 할머니 대신 늑대가 있는 걸 보고 이 위험을 겪다가 이제 그 늑대를 결국에는 혼쭐 내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잖아요.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아까 말씀하신 '무문자 사회', 과거에 입으로 구전된 그런 이야기들이 존재했던 시대에 통과의례라는 그런 절차들에 대한 배경이 들어 있을 수 가 있겠네요.

오 : 네. 생각해 보면 헨젤과 그레텔이나 빨간 망토 이야기도 아주 패턴이 비슷한데요. 다른 나라의 숲이 없는 마을에는 그러면 어디를 가냐? 이런 궁금함도 들지만 숲처럼 집 밖의 공간? 아주 날것의 생생한 공간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체험은 많더라고요. 그런데 거기에서 주로 누구를 만나느냐 하면 예쁘게 생겼는데 마녀라든가, 과자인 줄 알았는데 독이라든가 이게 공통된 패턴인 것 같아요. 

박 : 함정에 빠지는?

오 : 그렇죠. 근데 왜 인류가 그런 이야기나 그러한 생생한 체험을 필요로 했을까 생각을... 제가 이렇게 혼자 친구들이랑 걸으면서 동화를 읽으면서 생각을 해봤는데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그 다음에 네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아주 많은 일이 있다'라는 것을 일생에 한 번쯤은 혼자서 절실하게 이해를 한다면, 그다음에 사회나 아니면 자기가 가장이 되거나 친구들이나 식구들을 책임지게 됐을 때 좀 넓은 시야에서 살아가는 기술을 발명할 수 있고, 그런 걸 인류가 아주 오랫동안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낯선 것, 내 집과 내 공동체 바깥에 더 신비롭고 이해하기 어려운 지혜가 많다는 거를 동화는 그러한 필요성 그러한 이해? 자기 편협함을 좀 내려놓기를 바라는 인류의 소망이 이제 지금 이렇게 남아가지고 아직도 많은 분들이 읽으시죠. 재미있게.

  또, 동화라고 하는 이야기를 나라마다 다르게 규정할 것 같은데요. 그래도 가장 큰 특징은 왕자나 공주가 주인공일 것 같지만 실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물들이 장화시는 고양이처럼 하인이라거나 아니면 팥죽 할머니 이야기처럼 숯덩이, 떡, 가래떡, 이렇게 주변적 존재들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거죠. 그래서 내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나 하나가 숲에서 나오려면은 많은 존재들이랑 뭘 어떻게 어떻게 해가지고 지혜를 모아야 되는 거더라고요. 그런데 동화의 두 번째 특징은 그 '주인공만 있는 게 아니다'라는 걸 알려주는 첫 번째 특징과 더불어서 동화가 선악 구도가 되게 선명한 거죠. 그래서 이렇게 착한 일을 하면은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게 공통된 메시지인데요.

박 : 제가 이제 이 동화 속을 계속 늘 동화 속 이야기들을 오늘날로 불러오고 싶어 해서 이런 질문을 드리는데 아까 전에 말씀하신 왕자나 공주 이야기 이런 것들은 여전히 이제 드라마 속에서도 많이 등장을 하고 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 이런 걸 왜 좋아하게 된 걸까요?

오 : 동화 같은 이야기라면, 주인공이 신분 상승을 한다든지 그리고 결국은 어마무시한 금은보화를 깔고 자면서 행복해진다든지. 그리고 또 억울함이 결국은 해소된다든지 하는 그런 이제 개인의 측면에서는 '인생이 점점 좋아질 거다'라는 그 메시지를 주기 때문에 저는 그런 불행했던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는 계속 있을 수 있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더 재미있는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하면은 왕자랑 공주가 걸어가는 길에 이제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이 그 걸어가는 길에 늘 있다는 것도 함께 이렇게 첨가되면은 좋을 것 같고. 그리고 이제 동화가 늘 행복하게 끝났습니다라고 이렇게 되어 있는데요. 그 행복이 뭘까 하면은 결국도 밥하고 빨래하는 일상이고 그리고 제가 이것도 참 재미있었는데 백설공주가 결국 나중에 이렇게 왕궁에 들어가죠. 그 결혼을 해가지고.

박 : 왕자님이 키스를 통해서 공주를 깨워서 결혼을 하죠.

오 : 네. 왕자님은 왕자니까 좋은 일인데 결국 이야기 안에서는 하시는 일이 뽀뽀하는 거 말고는 별로... 그러니까 출연 분량이랄까? 그렇게 이제 많지 않다는 점에서. 또 따지고 보면 공주가 주인공인데 그 난장이라든가 아니면 사냥꾼이라든가 이 신스틸러들이 되게 많죠. 그러면 비극인데? 공주가 그리고 나중에 행복해지는데 장면 장면을 보면 공주가 왕자랑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리고 마녀랑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행복해지는 그 길 중간중간에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있고. 그리고 동화를 읽는 이유는 매번 이렇게 겪는, 난장이는 어떻게 살 것인지 독사과를 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 하는 그 고민을 해가는 순간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알려주니까. 그런 방식으로 이제 더 동화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더 재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 : 저희가 불교 방송이다 보니까 이 불교에도 설화 중에 약간 동화처럼 쓰인 이야기가 자타카라고 있습니다. 혹시 선생님도 읽어보셨나요?

오 :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질문지를 주셔서 제가 도서관에 가서 그 불교 본생담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도서관에서 동화책으로 또 편집된 책이 있어서 어제 급히 읽게 됐는데요. 가장 놀랐던 점은 제가 불교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불자도 아닙니다만, 부처님의 본생담이라고 하는 부분이 감동적이었어요. 부처님이 옛날에 이 생에 오시기 전에 원숭이이기도 하셨어. 코끼리이기도 하셨어. 현자이기도 하시고. 여러 이제 인생을 거쳐오셨다는 얘기가 모든 이야기 앞부분에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동화에서 말하는 늑대, 그런데 할머니, 그다음에 사실 백설공주도 계모 딸이니까 원래 그림 형제가 동화를 채취할 때는 계모가 아니고 친엄마라고 했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너무 친엄마가 자식을 저렇게 괴롭힌다는 게 너무 거부감이 들어가지고 각색을 좀 한 부분이 있었는데요. 그러니까 엄마지만 나를 너무 싫어해 그런데 나를 너무 싫어하는 존재지만 엄마이기도 한 거잖아요. 그래서 나랑 완전히 다른 이해관계에 있고, 그다음에 처지도 다른데 무관하지 않아, 이런 걸 그림 형제 동화를 보면서도 조금 그런 느낌이 감동적으로 다가온 부분이 있었는데. 이 본생담의 모든 부분이 처음에 이야기가 시작될 때 붓다가 이전에는 이렇게 이 모습이었다라는 부분이 그 코끼리든 원숭이든 현자든 모두가 무관하지 않다는 걸 알려주는 부분이 동화와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리고 어제 도서관에서 조금 더 공부를 했을 때, '조셉 캠벨'이라는 훌륭한 신화학자가 계십니다. 그러니까 동화는 캠벨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신화의 찌꺼기죠. 이렇게 남아서요. 그런데 캠벨 선생님께서는 인류의 최고의 신화는 불교에 있다라고 말씀하셨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불교의 가르침이 이렇게 이론적으로 엄격한 어떤 논리라기보다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했던 숲 체험처럼 깨달음을 이렇게 겪어가는 하나의 이야기? 그렇게 캠벨 선생님이 보셨다는 거를 알게 되는 것도 좋았고요. 제가 읽었던 것 중에 이제 많이 익숙한 건데요. '모기와 어리석은 아들' 이야기가 있었어요.

박 : 그건 그냥 동화인가요?

오 : 본생담이 여러 편이 있는데요. 그중에 하나에요. 어제 제가 읽은 본생담 자타카 책에 있었는데요. 아들이 이제 모기를 잡으려고 했는데 모기가 아버지 머리 위에 있는 거죠. 아들 눈에는 모기만 보이는 거죠. 그래서 도끼를 들고

박 : 도끼요?

오 : 네. 아버지 머리를 내리치는 장면이 있고. 이제 그 이야기는 불교의 설화는 그거를 읽는 그 불자들에게 이렇게 깨닫게 하는 거죠. 깨닫게. 모기만 보인다라는 것도 그러니까 우리 눈에 그것만 보이는 거죠. 그런데 나의 편협하거나 조금 이렇게 어리석은 시선으로 틀렸어 옳았어 이런 것을 판단하게 되면 아버지 뚝배기를... 아버지 머리를. 그러니까 우리가 가져가는 판단이라고 하는 게 옳다 그르다 문제라기보다는 어리석다라고 하는 부분이 되게 인상적이었고 또 제가 몇 편 밖에 보지 못했지만 불교 설화가 계속 뭔가를 이해를 하라 그다음에 상황과 조건 속에서 너를 돌아보라라는 얘기를 해주는 것 같아서. 아주 넓은 의미에서는 그 이야기의 바다가 넓고 깊을 거라고 생각이 들고. 공부를 많이 해서 불교 설화를 읽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저한테도 너무 복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박 : 계속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부분이 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 동화에서 어떻게 보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어떻게 조우하며 살아가느냐를 배울 수 있다면, 그런 부분에서 자카타나 이런 설화에도 똑같은 어떤 서사 구조가 존재를 하고 있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이 모기 이야기는 좀 충격적이기도 한데 그 안에서 또 어떤 깨달음이 있었어요. 한 곳에만 집중하다 보면 아버지 뚝배기를 깰 수 있다.

오 : 자아, 자기, 이 것을 내려놓으라는 메시지가 그림형제 동화나 아니면 우리 전래동화는 좀 그게 이제 많이 일상화되어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자기 욕망 이것을 조금 내려놓고... 그러니까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회사에서나 군대에서 양보를 하라는 게 어떤 도덕률이라기보다는 저는 그 불교 본생담에서 '이게 이렇게 해야 돼 양보를 해야 돼' 이렇게 전개되지가 않고 '상황을 보면 아버지 머리를 깨는 것과 같아'라는 걸 이론적으로 천천히 논리적으로 풀어내주는 부분이 선명하게 있어서 그림동화보다 훨씬 더 근원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박 : 불교방송 시청자분들에게 혹시 추천해 주고 싶은 동화가 있으시다면?

오 : 어떤 동화라도 아니면 굳이 동화만 아니더라도 평소에 이렇게 즐겨하시는 이야기들 속에는 좀 우리 시야를 넓혀주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제가 추천하는 추천해 드리고 싶은 동화를 하나 준비해 봤는데요. 미야자와 겐지라고 하는 일본의 동화 작가가 있습니다. 이 동화 작가가 어떤 동화로 유명하냐면요. '은하철도 999'의 원작을 쓴 동화 작가입니다.

박 : 은하철도 999가 동화였어요?

오 : 네 원래 동화였습니다.

박 : 철이와 메텔의 이야기 

오 : 네. 그래서 그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중에 '나메토코산의 곰'이라는 동화가 있는데요. 포수가 곰을 잡고 싶지만 잡을 수 없는, 잡아야 되는데 잡기 곤란한, 그러한 포수의 갈등과 번뇌를 다루는 동화인데요. 왜냐하면 포수가 곰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아는 거예요. 이때는 나온다 저때는 어떻게 움직인다 이러다 보니까 당신 마음이 곰이 되는 바람에. 그래서 잡기 위해서 곰을 연구하고 총을 쏘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결국은 너무 곰과 동화되다 보니 여기서 이제 미아자와 겐지라는 동화 작가의 독특한 감수성이 나오는데요. 우리가 처음 말씀드렸던 것처럼 내 주변에 많은 존재와 공생을 하는 지혜가 동화에는 있습니다. 그런데 공생을 하는 것도 본격적으로 들어가면은 우리가 먹고 살아야 되니까 다른 존재를 이제 해쳐야 살게 되는 거죠. 그래서 공생의 뿌리에는 서로 사이 좋게 손잡고 왕자와 공주가 뽀뽀하듯이 그런 행복한 일이 있다기보다는 공생의 뿌리는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혀야 되는 어떤 존재론적으로 보면은 비참함, 아니면 어쩔 수 없음이 있죠. 미야자와 겐지가 불교에도 아주 이렇게 심취를 했다고 이렇게 제가 좀 보기도 했는데요. 동화 전체가 나를 먹여 살리는 것에 대한 엄청난 고민. 그렇지만 해칠 수밖에 없는 먹고 살아야 되는 이 조건에 대해서 아주 괴로워하는 감수성이 아주 많이 들어가 있는 동화고. 그 동화는 특히 숲에 어디까지 어떤 존재까지 있나를 보여주는 동화이기 때문에 정말로 지나가는 낙엽 하나도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화여서. 제가 최근에 읽고는 정말로 고마움에 대해서? 이렇게 저를 먹여 살리는 많은 존재에 대해서 고마워하게 된 작품이어서 이렇게 불교방송 보시는 여러분들께서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박 : 그럼 이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좀 나눠보겠습니다. 한국 근대 문학을 전공하신 선생님께서 어떻게 인류학 특히 이 동화인류학을 공부를 하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오 : 저는 근대 문학을 좋아해서 식민지에 사는 사람들의 그 애환... 예를 들면 '미스터 선샤인'의 정서에 반해가지고. 이렇게 식민지 시기에 소설을 많이 읽었고 그다음에는 보니까 그런 이야기 스타일이 유럽에서 건너온 거더라고요. 그래서 저쪽 나라에는 뭐 더 좋은 게 있나 싶어서 또 소설이라고 해서. 그러니까 소설이라고 하면은 주인공이 끝까지 주파하는 이야기고 주인공 외에는 이제 덜 중요한 존재들이 조연으로 나오는데 동화랑 좀 다르죠. 동화는 표면적으로는 왕자 공주 이야기인데 컷마다 주인공이 이렇게 역전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주인공 중심의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그다음에 추리 소설과 범인? 막 누구를 지목해야 이야기, 직성이 풀리는 이야기를 많이 보다 보니까 좀 고집도 세지는 것 같고 그다음에 너무 이렇게... 저의 충만한 자존감으로 나중에는 툴툴거리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저의 훌륭함을 왜 세상에 알아주지 않느냐라든가 아니면?

박 : 내가 이렇게 된 건 뭐 어떤 대상이 있기 때문이야 이런?

오 : 세상이 다 저를 떠받쳐줘야 될 것 같은 착각을 한다는 거를 어느 순간에 이렇게 깨닫기도 하고. 동화를 보니까 처음에 아주 신선했는데요. 막 작은 존재들이 바글바글거리는 모습이 나도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에 이렇게 좀 들면서 그 주인공 중심의 이야기로부터 천천히 멀어지게 되고 그때 동화를 더 많이 보게 됐습니다. 

박 : 현재는 이제 연구 모임인 인문 공간 세종을 꾸리셔서 활동 중인데 이 어떤 모임인지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오 : 처음에 그다지 목표나 이런 게 있었던 건 아니고 친구들이랑 이렇게 둘이나 셋. 이렇게 책을 읽는 게 재미있어서 우리 뭐라도 해보자 뭐라도 읽어보자 이렇게 커지게 된 온라인 공부 공동체입니다. 그 시절에 만들어진 공동체가 지금 3년 정도 된 건데요. 코로나 시절이었기 때문에 대면 접촉이 어려워서 온라인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됐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좀 더 친해지자. 그다음에 우리가 이렇게 흩어져서 각자 돈 벌고. 이 공동체의 특징 중에 하나가 온라인 공동체라는 것도 있고요. 낮에 앵커님처럼 각자 자기 일터가 있고 밤에 책 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생업의 전선은 다 다른데 같이 어떤 책을 보면 좋을까라고 하고. 그다음에 동화와 인류를 주제로 하다 보니까. 사람의 세상살이? 뭐 그래서 이제 천천히 공부하자 이런 마음으로 '언제부터 걷게 됐지?' '언제부터 노래를 부르게 됐지?'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하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읽은 책들이 인류학 책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원래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인류학 공부하는 사람들'로 하자라고 하고 조금 더 넓게 '집은 언제부터 지었지?' 그다음에 '여행은 언제부터 한 거야?' 이런 질문으로 책을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박 : 약간 그런 아주 일상적으로 하기 쉬운 질문에, 시작은 어디였을까 약간 그런 거를 또 약간 밟아보는 그런 공부들을 하시는군요. 이 학교 공부와 공동체 공부는 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오 : 일단 시험을 보지 않습니다. 성적도 관계가 없고요. 그런데 가장 좋은 거는 이제 각자 자기 일터가 있으니까. 일터에서 지금 앵커님처럼 불교방송국처럼 이렇게 자기가 살아가는 현장에서 겪게 되는 사람들 모습? 그다음에 표정, 여러 가지 물건들, 여기서부터 천천히 뭘 좀 생각해 볼까 하는 질문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공부가 정답이나 교과서나 선생님이 있는 공부는 아니고 각자 자기가 일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의 근원이랄까? 그런 거를 찾아가기 때문에 좀 많이 헤매기도 하고. 정답 없이 천천히 일상을 돌아보는 공부가 되 되는 중인 것 같습니다. 

박 : 계속 이 공동체에서 친구분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계시고. 또 동화도 어떻게 보면

오 : 어벤져스죠.

박 : 그렇죠. 친구들을 만나서 역경을 극복하는 이야기고. 그런데 또 여기서 또 부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공부를 하는데 '좋은 도반을 만나는 것이 공부의 모든 것'이다.
혹시 이런 경문에 대해서는 좀 어느정도 공감하세요?

오 : 너무 공감을 하는 말이고요. 옛날에 저는 좋은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저기 가면 불교 방송국에 가면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날 거야' 이런 방식으로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제가 훌륭한 도반이 되는 미션이 이제 더 큰 거고,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다기보다 동화도 보면은 원래 나쁜 사람이었는데 그 국면에 길을 열어주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백설공주의 사냥꾼처럼 이렇게 숲에 들어가서 약간 이 사람 덕분에 또 살게도 되고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공부를 같이, 저 사람하고 책을 같이 읽으면 좋겠다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제가 되고 싶고. 그리고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좀 다르게 할 수 있는 방법? 그런데 같이 살아가야 된다는 것을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이라면 정말로 공감을 하는 말입니다. 

박 : 저도 이 세속의 수행자로서 계속 공부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계속 갖고 있는데 혹시 저에게 한 말씀해 주신다면?

오 : 공부가 아까 나누고 싶은 것처럼 동화책만 읽어도 공부인데요. 그리고 책을 읽지 않아도 제가 오늘 마포역 4번 출구에는 처음 와봤는데, 여기라는 건 이렇게 생겼구나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러니까 '왜 이 모습일까' '점심 때는 이 근처에 누가 일하고 있구나' 이런 식으로 마음을 좀 열어가는 게 공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박 : 그래서 아까 두리번 두리번거리고 계시더라고요.

오 : 외국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낯선 것을 보고 그러면, 지금도 충분히 공부하고 계신 게 아닐까요?

박 : 제가 공부를 하고 있군요. 지금 그리고 이제 조만간 저희 오선민 선생님의 새로운 책이 출간된다고 들었습니다. 제목은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어떤 책입니까?

오 : 미아자키 하야오라는 감독님을 제가 아주 좋아하는데요. 작년에 신작으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영화가 나오기도 했고요. 며칠 전인가요? 지난주에 아시아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막사이상을 수상을 하셨더라고요. 이 감독님의 작품을 제가 동화적인 시선으로 이렇게 설명해 보는 책을 준비했고,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이렇게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박 : 미야자키 하야오 선생님의 다양한 작품들을 오 선생님의 시선으로 이렇게 풀어내신 책이로군요.

오 :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미아자키 하야오 감독은 특히 작은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에 관심을 많이 두셨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리고 감독님만이 생각하시는 좋은 도반이 되는 매뉴얼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 모든 작품을 관통하기 때문에 그 비법 같은 것을 독자님들과 불자님들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됐습니다.

박 :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선생님 오선민 선생님의 꿈이 있다면 어떤 꿈입니까?

오 : 다 이뤘다고나 할까요? 불교 방송국에 출연도 하고 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데요.

박 : 그래도 가슴 속 깊은 곳에 하나의 아주 작은 꿈이 있다면?

오 : 동화를 많이 발견하고 싶습니다. 세상에 이런 황당한 이야기도 있구나라거나,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익히게 돼서 제가 나이를 들어가면 갈수록 웃긴 얘기나 재밌는 이야기를 동네마다 다니면서 구현을 하는 동화 나누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박 : 그럼 저 때문에 자카타를 또 발견하셔서 기분이 좋으셨겠군요 알겠습니다. 이것으로 우리 오선민 선생님과의 인터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오 : 감사합니다. 

박 : 마지막 방송이라 클로징 멘트를 준비했습니다. '불교를 공부한다는 것은 나를 공부하는 것이다. 나를 공부한다는 것은 나를 잊는 것이다. 나를 잊는다는 것은 세상 모든 것과 가장 친밀하게 된다는 것이다'라는 일본 도겐 선사의 말이 있습니다.

인류학을 공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부할 땐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교차합니다. 그 교차점에서 나를 확인하면서 결국은 아는 방향으로 움직이려 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나를 떠나는 일이고 그것을 함께하는 이들이 친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언젠가 다시 여러분과 떠날 날을 꿈꾸겠습니다. 많이 부족함에도 지금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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