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한 농진청장 "디지털농업화를 위한 노력 강화"
디지털 육종, 슈퍼컴퓨터 활용, 농기계의 로봇화와 자율주행
농업의 미래를 여는 역할 충실...예산 확대가 관건

권재한 농진청장이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재한 농진청장이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농진청)이 디지털화를 통해 스마트형 기관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5일 전주 혁신도시에 있는 농진청을 찾았다.

오후 시간의 짧은 기간동안 디지털 육종과 슈퍼컴퓨터, 농기계의 로봇화, 자율주행, 위성센터에 이르기까지 마치 첨단 과학기지 현장을 취재하듯이 살펴봤다.  

'농진청 진화'의 주엔진은 최근 부임한 권재한 청장의 '혁신'이었다. 권 청장은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을 지냈다. 자리를 옮겼지만 '혁신' 아이콘은 그대로 가지고 간 셈이다.

권재한 청장은 "농진청은 디지털 육종, 스마트팜, 자율주행을 포함한 밭농업기계화, 농업위성센터 등 첨단을 향하는 분야에서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 디지털 육종과 표현체 연구동

이번 현장 취재의 시작은 디지털 육종과의 만남이었다. 그리고 처음을 들어보는 '표현체'라는 단어도 만났다. 

농진청에 따르면 디지털육종은 유전체정보, 표현체정보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육종기간은 줄이고 효율성은 높이고자 하는 기술이다.

 

권수진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체과장이 디지털 육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권수진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체과장이 디지털 육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권수진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체과장은 "디지털 육종은 디지털화 되어 있는 모든 정보를 이용해 육종을 한다는 의미"라며 "여기다가 많은 농업의 디지털 정보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서 학습을 시키고 학습된 데이터를 가지고 좀 더 빠르게 육종을 하면서 효율성도 강화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벼나 콩 등 주요 품목의 빅데이터 생산, 딥러닝을 통해 표현형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표현체 연구동 모습.
표현체 연구동 모습.

이어 표현체 연구동을 찾았다. 겉모습은 스마트팜 형식이었다. 다만 스마트팜과 다른 것은 가시광, 근적외선, 형광 등의 센서를 컨베이어시설과 로보틱 자동화 장비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김경환 유전과학과장.
김경환 유전과학과장.

김경환 유전과학과장은 "표현형이라는 것은 유전형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표현형이 결정되는 것"이라며 "똑같은 작물을 중부지방이나 남부지방, 필리핀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유전형은 같지만 환경이 달라져서 그런 것"이라는 표현체 연구동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표현체 연구는 이전같으면 노지 등에서 직접 재배함으로써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이 연구동에서는 가시광 등 인위적인 제어를 통해 각각 다른 환경을 부여함으로써 시간과 장소 등에 따른 제약을 탈피하고 있었다. 
 
농진청은 국내 최대 규모인 천 12개체를 촬영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계라고 소개했다.

백정호 유전전자공학과 박사.
백정호 유전전자공학과 박사.

백정호 유전자공학과 박사는 "(농작물이)아픈 것을 영상으로 찍고 디지털로 해석해서 진단을 내리면 저희 육종가나 농민들이 어떻게 교배를 하고 어떻게 재배를 해야할 지를 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진청은 이처럼 농업 형질을 고속, 대량 분석해 빅데이터 생성함으로써 디지털 육종에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 농진청의 슈퍼컴퓨터

농진청 슈퍼컴퓨터실.
농진청 슈퍼컴퓨터실.

슈퍼컴퓨터는 전 세계의 초고성능 컴퓨터 가운데 500위 안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좀처럼 다른 기관에서는 찾기 힘들다. 농진청에는 그런 슈퍼컴퓨터가 2기가 있었다. 슈퍼컴퓨터가 가장 필요한 기관인 기상청이 5년마다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이전의 모델을 받은 것이라고 농진청은 설명했다. 

농진청은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냉각시설 등을 갖춘 슈퍼컴퓨팅센터를 준공하고 기상청 슈퍼컴퓨터 4호기를 관리전환 받았다. 

이태호 생명-보건 초고성컴퓨팅 전문센터장.
이태호 생명-보건 초고성컴퓨팅 전문센터장.

이태호 생명-보건 초고성능컴퓨팅 전문센터장은 "슈퍼컴퓨터는 작은 노드라고 부르는 작은 컴퓨터가 많이 모여서 한 대의 컴퓨터처럼 돌아가는 것"이며 "저희는 2천 9백 4대의 소형 서버가 하나처럼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라고 밝혔다. 

이는 일반 PC 3,600대가 한꺼번에 기동하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농진청은 이 시설을 통해 고추, 콩, 벼 등을 대상으로 유전형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분석해 디지털 빅데이터를 육종에 활용할 방침이다. 

▲ 농기계의 로봇화...밭농업 기계화 성큼

로봇 농기계.
로봇 농기계.

농촌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 등 현안 해결을 위해 농업용 로봇 도입이 필요하다고 농진청은 강조했다. 

디지털 육종과 표현체, 슈퍼컴퓨터에 이어 이번에는 로봇 농기계다.

농진청은 농작업 환경을 인식하고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봇에 제초나 운반, 방제 등 농작업 기능을 결합한 농기계를 내년에 보급할 예정이다. 

제초로봇 7개와 운반로봇 5개의 신기술보급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발벌집 제거 드론.
발벌집 제거 드론.

드론을 이용한 말벌집 박멸 기계도 눈에 띄었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속도가 낮은 밭농업 기계화 작업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양파와 마늘 등 현장수요가 높은 작물 우선 개발하고 주산지 중심으로 현장 실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는 2026년에 77.5%의 밭농업 기계화율을 달성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트랙터. 운전자가 두손을 든 채 주행하고 있다.
자율주행 트랙터. 운전자가 두손을 든 채 주행하고 있다.

자율주행 농기계에 대한 시연도 참가했다. 

자동차를 비롯해 선박 등에도 적용이 늘어나고 있는 자율주행기술은 농기계에도 적용되었다. 

트랙터의 자율주행 시연을 통해 현재의 연구가 상당하게 진척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자율주행 시연을 위해 트랙터를 운전하는 연구원도 박사 학위 소지자였다. 
 
▲ 농업위성센터

농진청은 농업관측 정보 생산을 위해 현재는 현장을 방문해 설문‧청취‧현장조사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위성을 이용하면 객관적이고 시의성 있는 정보를 생산할 수 있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우주항공청, 농진청, 산림청이 함께 광역 농림 관측을 위한 차세대중형위성 4호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농업위성센터.
농업위성센터.

내년 하반기에 발사 예정인 농림위성을 이용해 벼, 콩, 양파‧마늘 등 주요 작물의 면적과 생육 추정하는 기술과 관측 체계를 마련해 농산물 수급 정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농진청은 설명했다. 

농림위성은 무엇보다 매일 촬영이 가능하고 공간해상도 5m로 국내에서 기존에 시도한 바 없는 센서사양이라고 강조했다. 

3시간동안 쉬는 시간도 없이 달려온 현장 취재는 농업위성센터에서 마감됐다. 모처럼 다리까지 아픈 빡빡한 취재 일정이었다. 

▲  라디오파 소고기 숙성 기술

라디오파 숙성 기계.
라디오파 숙성 기계.

취재 중간에 라디오파를 이용한 소고기 숙성 기술을 살짝 엿보는 시간이 있었다. 

풍미 미생물 발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숙성조건을 구명하기 위한 것으로 숙성 시간이 일반 적인 3주에서 2일로 크게 단축되고 수율도 60%에서 85%로 개선된다는 설명이었다.

라디오파 숙성기술로 구운 소고기.
라디오파 숙성기술로 구운 소고기.

직접 맛본 라디오파 숙성 소고기는 식감이 일반 소고기에 비해 부드러웠다. 

농진청은 전북 익산에 있는 식품클러스터에 생산기반 준비 중에 있으며 추가기술의 적용을 검토해 수출용/내수용으로 차별화 생산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현장 취재는 농진청의 국립농업과학원 중심으로 이뤄졌다. 농진청에는 국립식량과학원, 농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립축산과학원 등 모두 4개의 과학원이 있다. 

앞으로 나머지 과학원에서도 디지털-스마트화 되는 농진청의 모습을 찾아봐야겠다.

[글/사진=박원식 선임기자]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