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화장실 없는 학교에 화장실을 지어주겠다는 발원으로 미주대륙을 횡단하는 탁발 마라톤을 하고 돌아온 스님이 계시죠. 구미 마하붓다사 주지 진오스님을 김봉래 기자가 만났습니다.
[질문1] 진오스님이 어떤 인연으로 미주대륙 횡단 마라톤을 한 건지 먼저 알려주실까요?
[답] 네 구미 마하붓다사에 주석하면서 수행과 전법에 매진하고 있는 진오스님은 사단법인 꿈을 이루는 사람들을 통해 이주노동자와 가족을 돕는 사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베트남의 화장실 없는 학교에 화장실 108개를 지어주는 일을 12년째 하고 있는데, 26개만 더 지으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4년 전인 2020년에 홍보와 모금을 위해 미주대륙 횡단 마라톤 탁발을 시도했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했다가 올해 2차 시도를 해서 원만 회향을 한 겁니다. 취지를 진오스님께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인서트 1) 진오스님 / 구미 마하붓다사 주지
“베트남 전쟁은 사실 미국과 베트남의 전쟁이었거든요. 거기에 한국 군인이 참전한 거잖아요. 그 점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으로 미래 두 나라와 발전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어떤 미안함을 표현해야 되겠다 싶어서 108개 해우소를 제가 2012년부터 시작했고, 나머지는 미국 사람들과 교포 분들의 마음을 좀 모으기 위해서 탁발 마라톤 행사를 하게 된 거예요"
[질문2] 그럼 총 거리가 얼마나 되고 며칠이 걸렸는지요?
네, 1차 때 LA에서 오클라호마까지 1,941킬로, 39일간 뛰었고, 이번에 뉴욕 UN본부까지 3,300킬로, 64일간, 그렇게 총 5,241킬로 103일간 뛰었습니다. 마침 그 길은 98년 전 시작됐던 미대륙 횡단 마라톤 대회가 열리던 코스라고 합니다. 10여년 전부터 대회가 중단된 것 같다고 하시는데요, 아무튼 함께 뛰어주고 공양을 마련해 주고 운전해 준 분까지 총 4명이 함께한 덕분이라고 합니다. 마땅한 숙소가 없어 당일 마라톤 구간이 끝나면 근처 숙소를 알아봐서 차량이동을 해서 1박을 하고 다시 전날 도착했던 마라톤 구간으로 가서 다시 뛰는 방식으로 했다고 합니다. 특히 2차 때는 대평원의 기나긴 사막 구간을 지나야 했기에 아주 힘들었는데요, 만약 4년 전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하지 않고 그냥 진행했더라면 혹시 완주 못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코로나 덕분에 구간을 두 번으로 나눠서 진행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고, 날씨도 따라줬다고 합니다.
(인서트 2) 진오스님 / 구미 마하붓다사 주지
“운전은 한국에 와있는 베트남 스님, 저는 비엔남이라고 하는데 베트남 스님이, 예, 틱뜨엉탄 스님이 차량 운전을 도와줬고, 4년 전에는 밥 해주는 황경환이라는 친구가 있었고, 35살, 이번에도 35살 우동현이라고 우리 불자의 가족 자녀가 시간과 돈을 내서 도와준 분이 있었고, 그 다음에 같이 뛰어주는 분이 있었고, 4년 전에는 황철수님, 이번에는 원지상님이라고 77세 되신 분이 같이 뛰었어요”
[질문3] 아무튼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낯선 나라에 들어와 살고 있는 이주민들, 또 그들의 고국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시는데, 화장실 지어주기 사업도 그 일환이군요. 반응은 어떤지 또 성과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답] 스님은 자신의 뜻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주니 무엇보다 희망이 있음을 느꼈다고 합니다. 스님은 “그래도 희망이 있다” 이렇게 표현하셨는데요, 특히 한국 교포, 사부대중의 동참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인서트 3) 진오스님/ 구미 마하붓다사 주지
“7천여만 원이 미국 대륙 횡단을 통해서 모금이 되었어요. 이 돈이면 베트남의 9개 학교에 화장실을 지어줄 수 있어요. 제가 이걸 안 하면 마음이 안 모이는 거죠. 그러니까 힘들지만 그래도 마음을 모아주는 분들이 계시다. 그래서 다시 한번 우리 불자, 미국에 있는 LA 달마사, 아틀란타 보현사, 뉴욕 원각사, 그 다음에 뉴욕 불광선원, 이 4군데 사찰이 많이 도와주셨고요"
[질문4] 탁발 마라톤을 하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나 그런 속에서 느낀 바도 많았을 것 같아요.
[답] 네, 자꾸 뭐하는 거냐, 시민들이 묻기도 하고, 1차 때는 코로나 19와 겹쳐 마스크하고 달리니까 신고가 들어갔는지 경찰까지 출동했다고 해요. 그리고 중국인이냐 해서 아니라니까 그럼 일본인이냐 그래서 코리안이라고 하니까 노스코리아냐 사우스코리아냐 그러더래요. 일일이 답을 못해주고, 아예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뛰었다고 해요. 아무튼 사람들이 탁발 마라톤 취지를 듣고는 물도 주고 햄버거도 주고 정성 어린 기부도 해줬다고 합니다. 또 곳곳에서 6.25참전 장병의 가족, 후손들도 만나 공감을 나누기도 했다고 하는데, 어느 분은 남편이 참전용사라며 기부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유엔 덕분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는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다른 한편 베트남전에서의 죄스러움을 속죄하는 마음도 나눴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미국 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다양성과 개방성을 느끼며 우리가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합니다.
[질문5] 은혜는 잊지 않고 잘못은 참회하는 모습, 그리고 좋은 뜻에 함께 하는모습, 이런 것들이 한데 어우러진 참 아름다운 인연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진오스님은 앞으로 어떤 일들 계획하고 있는지요?
[답] 먼저 소개드릴 것은 파크골프를 통한 자비 활동입니다. 스포츠 종목으로는 올해 처음 조계종이 인정하는 승려연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가을 직지사에서 자선 파크골프대회를 엽니다. 대회 참가비가 이주민 노동자 의료비 지원에 쓰이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6.25 참전국인 필리핀에서 탁발 마라톤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질문6] 진오스님 활동을 듣고 보니까 역시 희망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이 분명하다. 특히 한국불교가 할 일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답] 그렇습니다. 진오스님은 현장에서 대중을 만나 돕는 일을 수행으로 삼아 정진하고 있습니다. 그런 열정이 우리들에게 공명이 되면서 우리 사회를 불국토로 나아가게 하는 조건이 형성돼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바로 이런 데 종교의 역할이 분명하다는 진오스님의 희망찬 말씀 전해드리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